맹지라고 속아 헐값에 판 땅, 소유권이전등기 소송 이긴 실화

공인중개사가 '맹지라 거래가 안 된다'며 시세의 60% 가격으로 계약을 유도했습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계약금 2,000만 원까지 받은 상태, 심지어 소유권이전등기 소송까지 걸렸지만 민법 제565조 계약금 배액 변제공탁으로 완벽히 방어해 전부 승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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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25, 2026
맹지라고 속아 헐값에 판 땅, 소유권이전등기 소송 이긴 실화

본 사례는 저희 이현에서 직접 수임하여 처리한 사건으로, 의뢰인 특정 방지를 위해 일부 각색되었습니다. 부동산 매매계약 해제 소송에서 승소한 의뢰인을 K, 매수인들을 P라고 칭하겠습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뒤에도, 계약금을 수령한 뒤에도,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당한 뒤에도 부동산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부동산엔 영 관심 없는 사람

K는 땅 문제에 특별히 밝은 사람이 아니었다. 몇 년 전 상속으로 토지를 하나 물려받긴 했지만, 직접 가본 것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냥 제주도에 내 이름으로 된 땅이 있다는 정도.

그러다 정리할 때가 됐다 싶었다. 주변에서도 “그냥 갖고 있어봐야 세금만 내는 거 아니냐”는 말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마침 지인 소개로 연결된 공인중개사가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건 전문가에게 맡겨야지.

한라산이 보이는 제주도 땅을 표현한 이미지

“맹지라서요, 원래 거래가 잘 안 돼요”

중개사는 처음부터 못을 박았다.

“이 토지가 맹지 상태라 접근로가 없거든요. 솔직히 이런 땅은 제값에 팔기가 쉽지 않아요. 지금 이 금액도 잘 받아시는 거예요.”

맹지가 뭔지, 접근로가 어떤 의미인지 K는 잘 몰랐다. 중개사가 그렇다고 하니 그런 줄 알았다. 아무렴, 전문가의 말인데.

그리고 얼마 후, K는 토지 매매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매매대금 2억 2,000만 원. 계약금 2천만 원이 통장에 들어왔다.

맹지는 무슨 맹지

계약 후 K는 찜찜한 마음에 직접 시세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비교해 보니 뭔가 맞지 않았다. 인근 토지들의 거래 사례, 공시지가, 주변 시세.

‘이 땅이 맹지라고?’

K가 판 금액은 실제 시세보다 훨씬 낮았다. 중개사의 말은 사실이 아니었거나, 적어도 심하게 과장된 것이었다.

배신감보다 막막함이 먼저 왔다. 이미 계약서는 쓴 상태고, 계약금 2천도 받았다. 주변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이미 도장 찍고 돈 받았으면 어쩔 수 없는 거 아냐?”

밑져야 본전, 변호사를 찾아갔더니

K는 별 기대 없이, 그래도 한 번은 물어봐야겠다 싶어 법무법인을 찾았다. 담당 변호사는 서류를 이리저리 확인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상대방이 이행에 착수하지 않은 상태라면, 계약금의 두 배를 돌려주고 계약을 파기할 수 있어요.”

민법 제565조.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단, 상대방이 ‘이행에 착수’하기 전까지.

로펌은 바로 움직였다. 열흘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상대방에게 매매계약 취소 및 해제 내용증명을 수차례 발송했다. 계약금 배액인 4,000만 원을 수령하라는 통보와 함께.

사건 수임 직후, 로펌에서 즉각 발송한 매매계약 취소 통보 내용증명
사건 수임 직후, 로펌에서 즉각 발송한 매매계약 취소 통보 내용증명

P의 반격

그런데 P는 돈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하게 나왔다.

처분금지가처분 신청. K의 토지를 팔거나 담보로 잡지 못하도록 묶어버렸다.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 법원에 “이 땅을 우리게에 넘겨라”는 소를 제기했다.

P의 논리는 이랬다.

“우리는 가처분까지 신청했습니다. 이미 이행에 착수한 겁니다. 착수 후에는 상대방 동의 없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없습니다.”

반박하기 애매한 주장이었다. ‘이행의 착수’를 어디까지 볼 것이냐는 실제 분쟁에서도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문제이고, 소유권이전등기 소송까지 들어온 상황에서 K가 느꼈을 압박감은 상당했다.

승패가 갈린 차이, 단 하루

첫 번째 변론기일 당일. 상대방은 계속해서 해제를 거부하고 있었고, 돈도 받지 않은 상태였다. 변호사는 말로만 해제를 주장하는 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외면할 수 없는 법적 행위가 필요하다.

그날 오전, 이현은 계약금 배액 4,000만 원을 법원에 공탁했다.

변제공탁이란 상대방이 돈 받기를 거부할 때, 법원에 맡겨두는 방식으로 채무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받는 제도다. 상대방이 받든 받지 않든, 공탁이 완료된 순간부터 법적으로 배액 반환 의무는 이행된 것이 된다.

바로 다음 날, P는 잔금 2억 원을 K의 계좌로 기습 송금했다. ‘우리가 잔금을 다 냈으니 이행에 착수한 것’이라는 논리로 재판부를 압박하려는 전략이었다.

공탁은 그보다 하루 앞서 이미 완료되어 있었다.

공탁서 내용 중 발췌
상대방이 잔금 2억 원을 기습 송금하기 단 하루 전, 선제적으로 4천만 원을 법원에 묶어버린 실제 금전공탁서

법원의 판단

법정에서 변호사가 파고든 건 딱 두 가지였다.

1.

P가 신청한 처분금지가처분은 ‘이행의 준비’에 불과하다. 잔금 지급 같은 실질적이고 객관적인 이행의 착수가 아니다. (대법원 판례도 같은 입장이다.)

2.

그리고 K는 변론기일 당일 4,000만 원을 공탁함으로써, 민법 제565조에 따른 해제 의사표시와 배액 반환 의무를 모두 완료했다.

법원의 판결은..

원고 P의 청구 전부 기각. 피고 K 완전 승소.

P는 1심 패소 이후 항소를 포기했다. 소송은 그렇게 끝났다.

소유권이전등기소송 판결문
수억 원의 손실을 막아낸 1심 판결문. 피고(의뢰인) 전부 승소로 소송은 완벽히 종결되었습니다.

4천으로 지킨 것

K가 치른 비용은 계약금 배액 4,000만 원이었다.

그 대가로 지켜낸 건, 시세보다 수억 원 낮은 가격에 빼앗길 뻔한 토지의 소유권이었다. 만약 소송에서 졌다면 K는 2억 2천만 원에 그 땅을 통째로 넘겨줬어야 했다.

K는 나중에 이렇게 말했다.

“계약서 쓰고 돈도 받았으니까, 그냥 넘겨줘야 하는 건 줄 알았어요. 그게 당연한 건 줄.”

당연하지 않다. 도장을 찍은 뒤에도, 계약금을 수령한 뒤에도, 심지어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이 시작된 뒤에도 올바른 대응이 이루어지면 부동산 매매계약은 해제할 수 있다.

계약금을 수령한 후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싶다면, 또는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당한 상황이라면 먼저 ‘이행의 착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상대방이 이행에 착수하기 전이라면 민법 제565조에 따라 계약금 배액을 변제공탁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얼마나 정확하게 움직이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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