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법 위반으로 처분명령 받았는데 이행강제금이 계속 나온다면
어머니 명의로 된 농지가 있습니다. 10년 전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시다가 5년 전 건강이 악화되어 서울로 올라오셨고, 이후 농지는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는데요. 작년 군청에서 '농지처분명령'이라는 문서가 날아왔고, 1년 안에 농지를 처분하라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처분하라고 하니, 내용들을 살펴보았는데요. 막상 농지에는 오래전 대출받을 때 설정한 근저당권이 아직 남아 있고, 이웃과의 분쟁으로 지상권까지 설정되어 있어서 매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다시 또 1년이 지나, 이번엔 '이행강제금 부과 고지서'가 왔습니다. 토지 가액의 25%를 내라는 내용입니다.
어머니는 이미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태이시고, 처분도 안 되고, 벌금은 계속 나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행정소송을 해야 하나요? 아니면 그냥 내야 할까요?
이런 상황에 처한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본인이나 가족이 고령, 질병으로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법은 '처분하라'고만 하는데,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농지처분명령을 받고 이행강제금까지 부과된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단계별로 정리해드리겠습니다.
농지법 위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왜 처분하라는 명령을 받았나요?
우리나라 법은 "농사짓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 '경자유전의 원칙'이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 농지는 실제로 농사를 지을 사람만 가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어머니가 직접 농사를 지으실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건강 악화로 농사를 중단하고 서울로 올라오시면서 '농업경영을 하지 않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군청에서는 이를 확인하고 "1년 안에 농지를 파세요"라고 명령한 것입니다. 이것이 농지처분명령입니다.
이행강제금이란 무엇인가요?
1년 안에 농지를 처분하지 못하면, 군청에서는 '이행강제금'이라는 것을 부과합니다. 이것은 벌금은 아니지만, 처분명령을 이행하도록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제도인데요.
이때 매년 농지의 감정가격 또는 개별공시지가 중 더 높은 가액의 25%를 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예를 들어 감정가격이 1억 2천만 원이고 공시지가가 1억 원이라면, 더 높은 금액인 1억 2천만 원을 기준으로 25%인 3천만 원을 내야 합니다.
이게 가장 억울한 부분입니다. 처분하고 싶어도 사정이 있어서 못 파는데, 매년 돈을 내라고 하는 겁니다. 더 황당한 것은, 법원에서도 "농지 가격보다 이행강제금 총액이 더 커져도 계속 부과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점입니다. 4년이면 농지 공시지가와 같은 금액을 내야 하는 상황이 옵니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뭘까요?
1) 고지서를 받았다면 기한을 먼저 확인하세요
이행강제금 고지서에는 '이의신청 기한'이 적혀 있습니다. 보통 고지서를 받은 날부터 30일입니다.
이 기한을 놓치면 나중에 불복하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가능하다면 지금 바로 대응을 시작하셔야 하죠.
2) 농지를 팔기 위해 노력한 기록을 모으세요
"처분하려고 노력했지만 안 팔렸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군청이나 법원에서는 구체적인 증거를 요구합니다. 아래의 자료 목록을 보시고 확보 가능한 것부터 순차적으로 준비해보세요.
✏️ 필요한 증거 자료들: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로 내놓은 기록 (중개의뢰서, 광고 스크린샷)
온라인 부동산 사이트에 등록한 매물 정보
매수 희망자와 협의했던 문자메시지, 이메일
매매 계약을 시도했으나 무산된 경우 그 과정 기록
근저당권이나 지상권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 기록 (채권자와의 협의 내용, 법률 상담 기록 등)
중요한 것은 '날짜'가 명확히 기록된 자료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노력했다"가 아니라 "언제 무엇을 했다"를 증명해야 합니다.
정당한 사유는 어느 정도까지 인정되나요?
근저당권이나 지상권 때문에 안 팔린다는 이유는 통할까요?
많은 분들이 "농지에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어서 안 팔린다" 또는 "지상권 문제가 있어 매수자를 못 찾았다"고 주장합니다. 안타깝게도, 법원은 이것만으로는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채권최고액이 매우 큰 저당권과 존속기간이 매우 긴 지상권이 설정되어 있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정당한 사유가 아니다" - 대법원 판결
이게 무슨 뜻이냐면, 권리관계가 복잡하다는 것만으로는 면제 사유가 안 된다는 겁니다.
그럼 어떤 경우에 인정받을 수 있나요?
정당한 사유로 인정받으려면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정말 처분이 불가능하거나 너무 어려운 상황"을 증명해야 합니다.
✅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
매매 계약을 체결했는데 매수인이 계약금을 안 주고 도망간 경우 (계약서와 경위서 필요)
근저당권을 지우기 위해 채권자를 찾았지만 연락이 안 되는 경우 (연락 시도 기록 필요)
지상권 말소를 위해 소송을 제기하고 진행 중인 경우 (소송 기록 필요)
상속 문제로 공동 상속인 간 합의가 안 되어 매각이 불가능한 경우 (합의 시도 기록 필요)
핵심은 "노력했다"는 것을 객관적 자료로 입증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힘들었다", "안 팔렸다"는 주관적 진술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한국농어촌공사 매수청구, 해결책이 될까요?
국가에 사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법에서는 농지처분명령을 받은 사람이 해당 토지를 처분하고 싶어도 매수자를 찾지 못할 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두었습니다. 바로 '한국농어촌공사'라는 국가기관에 "농지를 사주세요"라고 요청할 수 있게 해 둔 것이죠.
문제는 가격입니다
다만, 유의하실 점은 한국농어촌공사는 '공시지가'로 농지를 매매한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시세보다 공시지가가 더 낮은 편(시세의 60~70% 수준)인데요. 시세 1억 원짜리 농지의 공시지가가 7천만 원이면, 농어촌공사에 팔면 7천만 원을 받습니다. 3천만 원은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거죠.
더 큰 문제는 권리관계에 있습니다. 만약 농지에 근저당권, 지상권 같은 권리가 설정되어 있으면 농어촌공사는 매수를 거부하거나, 매수하더라도 소유자가 그 권리를 먼저 지운 후에야 거래를 하죠.
결국 근저당권을 없애려면 대출금을 갚아야 하고, 지상권 문제를 해결하려면 소송을 해야 합니다.
그래도 고려해볼 만한 이유가 있을까요?
위에서 언급한 손해를 보더라도 매수청구를 고려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 매수청구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
이행강제금이 이미 1~2회 부과되었고, 계속 부과될 것이 확실한 경우
권리관계가 비교적 단순하거나 해결 가능한 경우
농지를 장기 보유할 필요가 없는 경우
시세와 공시지가 차이가 크지 않은 경우
예를 들어, 시세 1억 원 농지를 공시지가 7천만 원에 팔면 3천만 원 손해입니다. 하지만 이행강제금으로 매년 1,750만 원(공시지가 7천만 원의 25%)씩 부과되므로, 2년이면 3,500만 원을 내게 됩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7천만 원에라도 파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매수청구는 가까운 한국농어촌공사 지사에 문의하면 필요한 서류와 절차를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이행강제금에 불복하는 방법
많은 분들이 "행정소송을 해야 하나요?"라고 물어보시는데요. 이행강제금 부과처분에 대해서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없습니다.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에서 각하(심리 자체를 하지 않음)됩니다.
대신 '비송사건 재판'이라는 절차로 불복해야 합니다.
비송사건 재판 : 일반 소송보다 간단하고 빠르게 진행되는 재판입니다. 법원이 직접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형식보다는 실질을 중시합니다.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1단계: 이의신청 (30일 이내) 이행강제금 고지서를 받은 날부터 30일 안에 군청(또는 시청, 구청)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이의신청서에는 다음 내용을 써야 합니다:
처분하려고 어떤 노력을 했는지 (구체적 날짜와 내용)
왜 처분이 안 되었는지 (객관적 사유)
증빙자료 첨부 (중개 의뢰서, 매물 광고, 권리관계 해결 노력 등)
군청에 직접 방문해서 제출하거나, 등기우편으로 보낼 수 있습니다. 등기우편으로 보내는 경우 발송 날짜가 기한 내여야 하므로, 빨리 발송해야 합니다.
2단계: 법원 통보 및 재판 진행
이의신청을 하면 군청(또는 시청, 구청)은 지체 없이 관할 법원에 그 사실을 통보해야 합니다(농지법 제63조 제7항). 즉, 이의신청이 접수되면 행정청이 별도의 결정 절차 없이 즉시 법원에 통보하며, 법원은 이를 받아 비송사건 재판을 시작합니다.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이행강제금이 취소됩니다. 다만, 법원은 이행강제금을 감액할 수는 없고, 취소하거나 그대로 부과하는 결정만 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5. 11. 30. 선고 2005마1031).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이미 법원에 통보되어 재판이 진행됩니다.
3단계: 법원의 비송사건 재판 법원에서는 이의신청 내용과 증거자료를 검토하여 재판합니다. 이의신청 때 제출했던 자료들이 법원에 전달되므로, 추가로 제출할 증거가 있으면 법원에 제출할 수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유리합니다.
재판에서는 무엇을 다투나요?
재판에서 다툴 수 있는 내용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 처분하려고 노력했으나 객관적으로 처분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려웠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 입니다.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면 이행강제금 부과처분이 취소되지만, 일부만 인정되어 금액이 감액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법원은 전부 취소하거나 전부 인정하는 결정만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이행강제금 계산이 맞는지 공시지가 산정이 잘못되었거나, 이행강제금 비율 계산에 오류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실무적으로는 첫 번째 쟁점이 훨씬 중요합니다.
농지법 위반,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 할 때
무조건 버티는 것은 최악입니다
"돈이 없으니까 안 내면 되지 않나요?"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행강제금은 매년 부과되고, 총액이 농지 가격을 넘어도 계속 부과됩니다. 헌법재판소에서도 이게 합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강제징수입니다. 이행강제금을 안 내면 결국 재산이 압류되고, 농지뿐만 아니라 다른 재산까지 강제로 처분당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나빠집니다.
손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결정하세요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손해가 커집니다. 냉정하게 계산해보고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 합니다.
계산 예시:
농지 시세: 1억 원
농지 공시지가: 7천만 원
한국농어촌공사 매수가격: 7천만 원 (손해 3천만 원)
이행강제금: 매년 1,750만 원 (공시지가 7천만 원의 25%)
1차년도: 1,750만 원
2차년도: 1,750만 원
3차년도: 1,750만 원
3년 후 누적 이행강제금: 5,250만 원
※ 참고: 2007년 4월 11일 이전 구법에서는 20%였으나, 현행법은 25%입니다.
이 경우 3천만 원 손해를 감수하고 농어촌공사에 파는 것이 3년 후 5,250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부담하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유리합니다.
물론 권리관계를 정리하고 시세에 파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그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손해를 최소화하는 선택을 빨리 해야 합니다.
법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시점
혼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들
다음과 같은 경우는 반드시 변호사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변호사 상담이 필요한 경우:
이행강제금이 이미 2~3회 부과되어 금액이 수천만 원 이상인 경우
농지에 근저당권, 지상권, 전세권 등 복잡한 권리가 설정되어 있는 경우
이의신청을 했는데 기각되어 비송사건 재판을 준비해야 하는 경우
농지를 취득할 때부터 문제가 있어서 형사처벌까지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
상속받은 농지인데 공동 상속인들 사이에 분쟁이 있는 경우
특히 비송사건 재판은 일반인이 혼자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증거자료를 어떻게 구성하고 제출할지, 법률적 주장을 어떻게 펼칠지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해결해보시기 바랍니다.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아마도 이미 고지서를 받으셨거나 곧 받을 상황일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입니다.
✅ 지금 바로 해야 할 것:
고지서에 적힌 '이의신청 기한' 확인 (달력에 표시)
농지 매각 노력 기록 수집 (중개 의뢰서, 광고 등)
가까운 한국농어촌공사 지사에 매수 가능 여부 문의
30일 안에 군청에 이의신청 제출
복잡한 상황이면 변호사 상담 예약
고령이나 질병으로 농사를 못 지게 된 것은 본인의 잘못이 아닙니다. 하지만 법은 그런 사정을 자세히 봐주지 않습니다. "처분하라"고만 합니다. 그 과정에서 이행강제금이라는 경제적 압박이 가해집니다.
억울하고 막막하시겠지만, 감정적으로만 대응하면 손해가 커집니다. 냉정하게 법적 선택지를 검토하고, 손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결정하셔야 합니다. 혼자 해결하기 어려우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