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기일 잡혔다고 당장 짐 싸야 할까요?
"법원에서 등기가 왔는데, 매각기일'이 다음 주래요. 저 이제 쫓겨나는 건가요?"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신다면, 법원 봉투를 뜯어보고 손이 떨리는 심정으로 인터넷 검색창을 두드리셨을 겁니다.
낯선 법률 용어들이 주는 위압감 때문에 이제 정말 끝이구나라는 생각에 밤잠을 설치셨겠지요.
결론부터 말씀드립니다. 매각기일이 잡혔다고 해서 당장 내일 집을 비워줘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은 이 두 날짜의 숨은 의미를 파악하고, 경매를 중단시키거나 시간을 벌 수 있는 마지막 타이밍입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시면, 적어도 "몰라서 당했다"는 일은 없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매각기일 vs 매각결정기일, 도대체 뭐가 다른가요?
법원은 절대 하루아침에 "땅, 땅, 땅! 낙찰되었습니다" 하고 끝내지 않습니다.
여러분에게 방어할 시간을 주기 위해 절차를 두 단계로 쪼개 놓았는데, 그게 바로 이 두 날짜입니다.
① 매각기일 (시험 보는 날)
법원 경매 법정에 사람들이 모여서 입찰표를 써내는 날입니다.
핵심: 이날 최고가로 입찰한 사람(최고가매수신고인)이 정해지긴 하지만, 아직 그 사람이 '진짜 주인'이 된 것은 아닙니다.
단지 "제가 이 가격에 사고 싶습니다"라고 1등으로 손을 든 상태일 뿐입니다.
② 매각결정기일 (합격 발표 날)
매각기일로부터 통상 1주일 뒤에 열립니다. 판사님이 "지난번 1등 한 사람에게 진짜로 집을 팔아도 될지" 법적으로 검토하는 날입니다.
핵심: 만약 경매 절차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었다면, 판사님은 이날 매각불허가결정을 내리고 경매를 무효로 할 수 있습니다.
여기가 바로 우리가 노려야 할 포인트입니다.
경매 넘어갔다고 '무조건 0원'은 아닙니다.
"피땀 흘려 모은 내 집, 땡전 한 푼 못 받고 쫓겨나는 건가요?"
경매 소식을 듣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질문입니다.
"그래도 시세가 5억인데 빚이 3억이면, 2억은 나한테 떨어지겠지?"
혹시 이렇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죄송하지만 경매 시장의 계산법은 일반 매매와 완전히 다릅니다.
자칫하면 집은 뺏기고 꼬리표는 그대로 남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소유자는 배당 순위 맨 꼴찌입니다.
가장 중요한 원칙입니다. 법원은 집을 판 돈(낙찰대금)으로 배당을 실시하는데 여러분은 모든 손님이 배불리 먹고 남은 찌꺼기만 가져갈 수 있습니다.
계산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경매 비용: 법원이 쓴 돈(감정평가비, 송달료 등)을 제일 먼저 뗍니다. (약 200~400만 원 선)
최우선변제금 & 임금채권: 영세 세입자와 밀린 직원 월급이 있다면 먼저 나갑니다.
당해세(세금): 집과 관련된 밀린 세금(국세, 지방세)이 나갑니다.
은행 및 일반 채권자: 근저당권자 등이 가져갑니다.
남은 돈(잉여금): 여기까지 다 주고 돈이 남아야 비로소 소유자의 몫이 됩니다.
연체 이자라는 괴물을 조심하십시오.
"은행 빚이 3억이니, 4억에만 팔려도 1억 남겠네?"
이 계산이 틀린 이유는 경매가 진행되는 6개월~1년 동안 붙는 무시무시한 연체 이자때문입니다.
경매가 시작됐다는 건 이미 기한이익을 상실했다는 뜻이고, 이때부터 은행은 약 12~15% 이상의 고금리 연체 이자를 매일매일 붙입니다.
1년 동안 경매가 진행되면 3억 빚에 대한 이자만 수천만 원이 불어납니다. 이 돈 역시 낙찰대금에서 다 빠져나갑니다.
따라서 여러분이 생각하는 원금만 생각하시면 절대 안 됩니다.
남는 빚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게 가장 무서운 점입니다. 만약 낙찰대금으로 빚을 다 못 갚았다면(부족분이 발생하면)?
은행은 남은 빚을 받기 위해 의뢰인님의 월급 압류, 통장 압류, 유체동산(가재도구) 압류를 들어올 것입니다.
즉, 경매 끝이 고통의 끝이 아닐 수 있습니다.
경매 끝났는데 돈을 못 받는다니요?
"낙찰자가 돈 다 냈다면서요? 그럼 남은 돈 빨리 저(소유자)한테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많은 소유자분이 낙찰만 되면 일주일 안에 모든 빚이 청산되고, 남은 돈(잉여금)도 바로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이때 누군가 손을 들고 이 돈 분배(배당)에 동의 못 합니다!"라고 외치는 순간, 상황은 180도 달라집니다.
이게 바로 배당이의의 소입니다.
이 단계로 넘어가면 경매 법정은 문을 닫고, 새로운 민사 재판이 시작됩니다. 즉,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지옥의 연장전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몇 주가 아니라 몇 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경매 절차 내에서의 이의신청은 며칠이면 결론이 나지만, 배당이의의 소는 정식 민사 소송입니다.
배당이의가 없을 때: 낙찰 대금 납부 후 약 1개월 안에 배당표가 확정되고 사건 종결. (남은 돈도 즉시 수령 가능)
배당이의 소송 제기 시:
1심 판결: 최소 6개월 ~ 10개월 소요.
항소(2심) 및 상고(3심): 상대방이 불복하면 2년 이상 걸리는 장기전이 됩니다.
[핵심] 소송이 끝날 때까지 판사님은 배당금을 누구에게도 주지 않습니다. 그 돈은 법원 금고(공탁소)에 전액 동결 됩니다.
소유자가 겪는 3가지 고통
단순히 시간만 걸리는 게 아닙니다. 이 기간 동안 소유자는 다음과 같은 불이익을 감당해야 합니다.
① '남은 돈(잉여금)'이 묶입니다. (자금 경색)
가장 치명적입니다. 집은 이미 낙찰자에게 넘어갔고 나는 이사를 가야 하는데, 집 판 돈에서 남은 '내 몫(잉여금)'을 단 한 푼도 꺼내 쓸 수 없습니다.
이 돈으로 월세 보증금이라도 하려던 계획이었다면, 당장 길거리에 나앉게 될 수도 있습니다.
② 100% 승소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만약 의뢰인님(소유자)이 "저 채권자 가짜입니다!"라고 배당이의를 걸었다고 칩시다.
이기면: 그 채권자가 가져갈 돈을 의뢰인님이 가져오거나 빚을 탕감받습니다.
지면: 소송 기간 동안의 변호사 비용은 물론, 상대방의 소송 비용까지 물어줘야 할 수도 있습니다. '혹 떼려다 혹 붙이는' 격이 됩니다.
③ 심리적 고통
집은 없어졌는데 빚 정리는 안 된 상태로 법원을 계속 들락날락해야 합니다. 이 스트레스로 인해 본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분들을 너무 많이 봤습니다.
소유자님, 지금 계산기를 두드려야 합니다.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집은 헐값에 넘어가고 빚만 남게 됩니다.
지금 의뢰인님에게 필요한 것은 정확한 예상 배당표입니다.
우리 집의 예상 낙찰가가 얼마인지.
현재까지 쌓인 연체 이자를 포함한 총 채무액이 얼마인지.
그래서 경매 끝난 후 내 손에 쥘 돈(잉여금)이 있는지, 아니면 빚(잔존채무)이 남는지.
이 계산이 서야 "경매를 계속할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급매로 팔고 빚을 정리할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당이의의 소를 해야 할 때
"변호사님, 너무 오래 걸리니 그냥 포기할까요?"
무조건 피하는 게 정답은 아닙니다. 다음의 경우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싸워야 합니다.
가짜 채권자가 있는 경우: 친인척을 동원해 허위 차용증을 쓰고 배당을 받아가려는 '가장 임차인'이나 '허위 채권자'가 내 몫을 가로채려 할 때.
은행이 이자를 과다 청구했을 때: 이미 갚은 돈을 안 갚았다고 하거나, 법정 최고 이자율을 초과해서 계산했을 때.
배당 순위가 잘못되었을 때: 내 돈(잉여금)이 먼저인데, 후순위 채권자가 먼저 받아가려 할 때.
이거 소송 걸면 이길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얼마나 더 받을 수 있을까요?"
이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배당표와 등기부등본을 보여주십시오. 승소 확률과 실익(얼마나 더 챙길 수 있는지)을 냉정하게 분석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