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콘텐츠는 의뢰인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사건의 핵심 쟁점과 결론은 유지하되 일부 사실관계를 각색하였으며, 사용된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위해 AI로 생성하였습니다.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정확한 법적 판단은 반드시 변호사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무허가 미등기 건물, 계약의 시작
발견한 매물, 그런데 무허가 미등기 건물
몇 해 전 봄, 저는 서울 동대문구 일대를 돌며 살 집을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예산에 맞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아 부동산 앱 몇 개를 번갈아 뒤지던 중, 조건도 괜찮고 위치도 나쁘지 않은 매물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보니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토지는 등기가 되어 있는데, 정작 그 위에 있는 건물은 등기부에 아예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무허가 미등록(정확히는 미등기) 건물이었던 겁니다. 중개 앱에 올라온 설명에도 그 사실이 은근슬쩍 적혀 있었는데, 처음엔 제가 잘못 이해한 줄 알고 몇 번을 다시 읽어봤을 정도였습니다.
불안했지만 계약을 결정한 이유
솔직히 그 사실을 알고 난 뒤로 며칠간 고민이 많았습니다. "등기부에 없는 건물인데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지", "혹시 이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알아보니 이 건물이 서 있는 토지에는 근저당까지 상당액 잡혀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서 불안감은 더 커졌습니다.
주변에 물어봐도 "무허가 건물은 위험하다더라" 하는 말만 돌아왔습니다. 그래도 계약서 조항을 하나하나 꼼꼼히 확인했고, 집주인 가족과도 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눈 뒤였기에 결국 계약을 진행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보증금은 1,400만 원이었습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던 날, 저는 그저 이 정도면 괜찮겠다고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걱정이 현실이 되긴 했지만, 무허가 건물이라서가 아니라 전혀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는 걸 저는 한참 뒤에야 알게 됐습니다.
아들이 대신한 계약
계약을 진행한 건 집주인 본인이 아니라 큰아들이었습니다. 처음 연락을 주고받을 때부터 그는 "어머니가 건강이 좋지 않아 제가 대신 관리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저는 부모님을 대신해 자녀가 임대 관리를 하는 경우를 몇 번 본 적이 있어서 크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매물 사진과 조건도 그가 직접 앱에 올린 것이었고, 문의부터 방문 약속까지 모든 연락도 그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계약서를 작성하던 날, 큰아들은 저를 어머니가 계신 집으로 직접 데려가 소개해주기도 했습니다. 거동이 편치 않으신 듯한 어머니 앞에서 그는 신분증을 꺼내 보이며 "제가 이분 아들이고, 계약은 제가 대신 진행합니다"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계약서에는 어머니의 도장이 날인되어 있었고, 보증금과 월세 대부분을 입금하는 계좌도 어머니 명의였습니다. 저로서는 아들이 직접 어머니를 보여주면서까지 확인시켜주는데 의심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때는 그저 자연스러운 절차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새 세입자 구하면 준다"는 말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날
계약 기간이 끝나갈 무렵, 저는 개인 사정으로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큰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담담하게 이야기를 꺼냈는데, 돌아온 답은 뜻밖이었습니다. "새로운 세입자가 구해지기 전까지는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말문이 막혔습니다. 계약서 어디에도 그런 조건은 없었으니까요.
직접 나선 세입자 찾기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습니다. 계약 기간이 끝났는데 보증금을 못 받으면 이사도 갈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집주인 측에서 적극적으로 세입자를 구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저는 직접 부동산 앱을 뒤져가며 새로운 세입자를 찾아 나서야 했습니다. 퇴근 후 시간을 쪼개 매물을 올리고, 문의가 오면 직접 집을 보여주기까지 하면서 몇 주를 보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집을 제가 나서서 팔아야 하는 상황이 서글프기도 했습니다.
절반만 돌려받은 보증금
700만 원에 계약한 새 세입자
다행히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다만 새 세입자 쪽에서는 보증금을 700만 원까지만 맞춰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나중에야 알게 됐지만, 더 지체하다가는 이 세입자마저 놓칠 것 같아 저는 우선 그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제 보증금 1,400만 원의 딱 절반이었습니다.
준비 없이 떠난 이사
새 세입자가 들어오면서 저는 700만 원을 돌려받았습니다. 나머지 700만 원은 "나중에 주겠다"는 말뿐이었습니다. 저는 이미 새로운 집을 계약해둔 상태라 임차권등기명령 같은 절차를 밟을 여유도 없이 짐을 싸서 이사를 했고, 전입신고까지 마쳤습니다. 이삿짐 트럭에 짐을 실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은 계속 찜찜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한 선택이었지만, 그때는 곧 나머지 돈도 받을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완불 영수증부터 써달라"
1,100만 원에 합의했던 날
새 세입자를 구하러 집주인 댁을 찾아갔던 날, 저는 작은아들을 처음 만났습니다. 그는 신규 임대차를 중개하던 공인중개사가 토지에 잡혀 있는 근저당 때문에 제 보증금과 같은 1,400만 원 수준은 보증할 수 없다고 해서, 새 세입자와는 700만 원짜리 계약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그제야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러면서 "700만 원을 먼저 주고, 나머지 400만 원은 곧 마련해서 주겠다. 남은 300만 원은 소송을 해서라도 받으라"고 했습니다. 가족끼리 하는 말이니 믿어도 되겠다 싶었고, 당장 급한 마음에 저는 우선 1,100만 원이라도 받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그 요구에 응했습니다.
완불 영수증 요구를 거절한 순간
며칠 뒤 700만 원은 실제로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나머지 400만 원을 주겠다며 다시 만난 자리에서, 작은아들은 뜻밖의 요구를 했습니다. 400만 원만 주는 대신 보증금 1,400만 원 전액을 완불받았다는 영수증을 써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손이 떨렸습니다. 아직 700만 원이나 남았는데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저는 정중히 거절했고,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말한 뒤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시 전화를 걸어 나머지 700만 원 전액을 요구했지만, 그날 이후 작은아들과는 연락이 끊겼습니다.
갑자기 등장한 증여등기
시간이 흐른 뒤, 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등기소에서 등기부등본을 다시 확인해봤습니다. 그런데 집주인 소유였던 토지가 어느새 작은아들 명의로 넘어가 있었습니다. 등기 원인은 증여였고, 날짜를 하나하나 짚어보니 제가 완불 영수증 요구를 거절한 지 한 달이 채 안 되어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화면을 몇 번이고 다시 확인했지만 잘못 본 게 아니었습니다.
이 타이밍이 우연일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계속 나머지 보증금을 요구하니, 나중에 강제집행을 당하기 전에 재산부터 미리 빼돌려 놓은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 미루다간 아무것도 받지 못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결국 저는 지급명령을 신청했습니다. 700만 원과 그에 대한 이자를 청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변호사가 찾아낸 세 가지 근거
지급명령에 대해 상대방이 이의신청을 하면서 사건은 정식 소송으로 넘어갔습니다. 저는 그동안 주고받았던 문자 메시지, 계좌 이체 내역, 카드결제 내역 같은 자료들을 하나하나 챙겨 법무법인 이현에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변호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가 그저 흘려보냈던 일들이 하나하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표현대리 —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황
가장 걱정했던 부분, 그러니까 집주인 본인이 아니라 아들이 나서서 계약을 진행했다는 사실은 오히려 저에게 유리한 근거였습니다. 다만 변호사님은 아들의 행동만으로는 부족하고, 어머니 본인이 스스로 만든 정황이 있어야 한다고 짚어주셨습니다.
어머니가 직접 저를 만나주고, 신분증을 보여주도록 허락하고, 본인 명의 계좌로 보증금과 월세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어머니가 아들에게 대리권을 줬다는 걸 스스로 표시한 정황'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걸 법률적으로는 표현대리라고 부르는데, 대리인이 그럴듯하게 행동했다고 무조건 인정되는 게 아니라 본인이 그런 정황을 스스로 만들었어야 한다는 게 핵심이라고 하셨습니다. 계약 자체가 유효하다는 근거가 여기서 나왔습니다.
채무의 중첩적 인수 — 흘려들을 말이 아니었던 약속
작은아들이 저에게 했던 반환 약속도 그냥 흘려들을 말이 아니었습니다. 법적으로는 채무를 대신 떠안겠다는 의사표시(채무인수)로 볼 수 있어서, 그 역시 반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논리를 세울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어머니(원래 피고)와는 별개로, 작은아들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를 하나 더 마련해두는 차원이었습니다. 제가 아무 생각 없이 주고받았던 메시지들이 이 부분에서 중요한 증거가 되어주었습니다.
사해행위 — 스스로를 겨눈 논리
그리고 상대방은 답변서에서 집주인이 치매를 앓고 있어 애초에 계약할 의사능력조차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저를 방어하려던 주장이었겠지만, 변호사님은 그 논리를 그대로 따라가면 오히려 증여등기 자체도 무효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짚어주셨습니다.
이 부분은 어머니가 끝까지 반환을 거부할 경우를 대비해, 작은아들을 상대로 사해행위 취소소송까지 검토해볼 수 있다는 걸 미리 밝혀 둔 것이었습니다. 변호사님은 이 세 가지 근거를 준비서면에 체계적으로 정리해 제출해주셨습니다.
무허가 미등록 건물, 보증금은 지켜졌다
700만 원과 지연손해금 전액 지급 판결
소송을 시작한 지 반년쯤 지나, 서울 지역 법원은 제 손을 들어줬습니다. 피고는 저에게 700만 원과 지연손해금 전액을 지급하라는 판결이었습니다. 소액사건이라 판결문에 구체적인 이유는 적혀 있지 않았지만, 그동안 준비서면에서 다퉜던 주장들이 받아들여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판결문을 받아 든 순간,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한 번에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습니다. 무허가 미등록 건물이라는 점도, 계약을 대리인이 진행했다는 점도 제 보증금을 받는 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가집행까지 가능했던 판결
이 판결은 가집행이 가능한 판결이라, 상대방이 항소를 하더라도 곧바로 강제집행에 들어갈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마음 졸였던 만큼, 이 문구 하나가 저에게는 큰 안도감이었습니다. 더는 상대방의 말 바뀌는 약속에 기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가장 크게 다가왔습니다.
무허가 미등록 건물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보증금을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비슷한 상황이라면 법무법인 이현에 문의해보시길 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제가 겪었던 걱정을 지금 똑같이 하고 계신 분들을 위해 자주 나오는 질문들을 정리해봅니다.
Q1. 계약 자체가 무효인가요?
아닙니다. 등기 여부와 임대차 계약의 유효성은 별개입니다. 흔히 무허가 미등록 건물이라고 부르지만, 정확한 법률 용어는 '미등기' 건물입니다. 건물이 무허가·미등기 상태라 해도, 실제로 점유하고 계약서와 대금 지급 증거만 있으면 보증금 반환 청구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저 역시 이 부분을 가장 걱정했지만, 실제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Q2. 가족이 대신 계약했다면?
그 자체로 문제가 되는 건 아닙니다. 다만 대리인이 계약 권한을 가진 것처럼 보이게 한 정황, 예를 들어 신분증 제시, 입금 계좌 명의, 실제 소유자와의 대면 여부 등을 잘 정리해두는 게 나중에 큰 도움이 됩니다. 저도 별생각 없이 지나쳤던 순간들이 결국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됐습니다.
Q3. 일부만 주고 소송하라고 하면?
지급명령이나 민사소송을 통해 나머지 금액은 물론, 반환이 지연된 기간에 대한 지연손해금까지 함께 청구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소송해서 받으라"는 말은 실제로 해볼 만한 선택지입니다.
Q4.재산을 빼돌리는 것 같다면?
등기 시점과 반환 요구를 거절당한 시점을 비교해보시고, 사해행위 여부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타이밍이 석연치 않다면 그 자체가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