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실화 | 집이 세 번 팔리는 동안 몰랐습니다
본 사례는 저희 이현에서 직접 수임하여 처리한 사건으로, 의뢰인 특정 방지를 위해 일부 각색되었습니다. 의뢰인을 A, 최종 집주인을 B라고 칭하겠습니다.
전세 계약 기간 동안 소유자가 세 차례 바뀌었고, 마지막 집주인은 착신을 차단한 채 잠적했습니다. 보증금 2억 5,500만 원을 돌려받은 실제 사례이자 실화입니다. 전세 만료가 다가오는데 집주인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면,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그 집을 고른 이유는 단순했다
교통이 좋고 예쁜 빌라였다. 보증금 2억 5,500만 원. 적은 돈이 아니었지만, 그만한 집이 없었다. 사실, 주변 신축 시세는 비슷했다.
전입신고를 마치고 확정일자를 받던 날, A는 생각했다.
‘이제 한동안은 이사 걱정 없겠다.’
깔끔하고 예쁜 새 집에서, 즐거운 날들만 가득할 줄 알았다. 공인중개사도 주변에서 이만한 집이 없다길래, 정말 잘 선택한 줄 알았다.
낯선 이름의 우편물
계약하고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A의 우편함에 낯선 우편물이 꽂혀 있었다. 세금 고지서였다. A와는 전혀 다른 이름이 적혀 있었다.
‘잘못 배달됐나..?’
며칠 뒤, 같은 이름으로 보험료 고지서가 왔다. 그 다음엔 범칙금 고지서.
뭔가 이상했다. A는 주민센터에 가서 전입세대 열람을 신청했다. 담당자가 출력해준 종이를 받아 들고, 그녀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생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사람이 이 집 세입자로 등록되어 있었다.
전 소유자에게 연락했더니, 바로 말소해주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등기부를 떼어봤더니
시간이 흘렀다. 또다시 모르는 이름의 우편물이 왔다. 이번엔 A가 직접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았다.
소유권이 여러 차례 넘어간 이력이 줄지어 있었다 그리고 현재 소유자란에는 B라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 올라 있었다.
‘그러니까… 집이 또 팔린 건가?’
A가 모르는 사이, 이 집은 세 번 주인이 바뀌어 있었다. 심지어 전세금과 같은 액수로.
이런 집에서 계약을 갱신할 마음은 없었다. A는 B에게 갱신하지 않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계약 만료일에 맞춰 이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며칠 뒤, 편지가 돌아왔다. 반송이었다.
직접 전화를 했다. 대부분 신호만 가다 끊겼다. 가끔 받으면 “나중에 연락하겠다”는 말뿐이었다.
문자를 보냈다. 계약이 끝나면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이건 당연한 권리라고. 돌아온 답장은 단 한 줄이었다.
“보증금 문제는 오빠한테 전화해요.”
그 뒤로는 전화 자체가 연결되지 않았다.
돌려받아야 할 보증금 2억 5,500만 원이 집주인 손에 묶여 있었다. 이사할 날은 다가오고, 집주인은 사라졌다.
이사를 나가면 보증금을 못 받는 걸까
A를 가장 괴롭게 한 건 따로 있었다.
‘그냥 이사를 나가면 안 된다던데..’
맞는 말이었다. 대항력은 전입신고와 실제 거주, 두 가지가 유지될 때만 살아있다. 이사를 나가는 순간 점유가 끊기고, 경매 배당에서 권리를 잃을 수 있다.
그렇다고 안 갈 수도 없었다. 다른 집 계약도 해뒀고, 이사 날짜도 잡혀 있었다. 이현은 이 문제를 가장 먼저 해결했다.
세입자의 임차 권리를 등기부에 공식으로 올려두는 제도다. 이게 완료되면 이사를 가도 대항력이 사라지지 않는다. 등기부에 권리가 남아 있기 때문에, 이후 경매가 진행되더라도 배당 순위가 지켜진다.
임차권등기 결정이 났고, 등기가 완료됐다. A는 그 확인서를 쥐고 나서야 이사 짐을 싸기 시작했다.
변호사의 시간
사실 이현은 그보다 훨씬 앞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계약 만료 6주 전에 이미 소장을 접수한 것이다.
보통은 계약이 끝나야 전세보증금 반환 소송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대법원 판례는 이렇게 말한다.
“채무자가 이행기 전부터 이행 거절 의사를 명백히 하고 있다면, 미리 그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B는 이미 편지를 반송시키고, 전화를 끊고, 착신까지 차단했다. 만료일이 와도 스스로 돈을 줄 사람이 아니라는 게 명확했다. 이현은 그 법리를 근거로 계약이 끝나기 전에 선제적으로 소를 제기했다.
B가 어디 있는지 확인이 안 되는 건 문제가 아니다. 주소 보정 절차를 거쳐 공시송달을 신청했다. 잠적한 상대도 피할 수 없는 방법이다.
얼마 뒤 법원이 판결을 선고했다.
“피고는 원고에게 2억 5,5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이사 완료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
전부 승소였다.
승소 ≠ 보증금 반환
판결문이 나왔다고 돈이 들어오는 건 아니다. 법원이 “B는 A에게 돈을 줘야 한다”고 명령해도, B가 스스로 줄 의지가 없으면 판결은 종이 위에 머문다.
B는 역시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현은 즉시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판결문을 집행권원으로 삼아 부동산 강제경매를 신청했다. 법원에서 경매개시결정이 내려졌다.
문제: 집값이 보증금보다 낮다
빌라 시세가 보증금보다 낮았다. 깡통전세였다. 집이 팔려도 보증금 전액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한 가지를 더 준비해야 한다. 전세사기피해자 결정 신청.
전세사기피해자로 공식 지정되면 경매 절차에서 유리한 지위를 가질 수 있다. A는 변호사와 함께 국토교통부에 신청을 진행했고, 전세사기 피해자로 공식 결정될 수 있었다. 결정문은 즉시 경매법원에 제출됐다.
그리고 배당표가 확정됐다.
배당순위 1위. 배당비율 96.95%. 약 2억 4,700만 원.
매각대금보다 보증금이 컸음에도, A는 보증금의 97%에 가까운 금액을 돌려받았다.
전세사기는 무서운 게 아니라 억울하다
처음 상담을 왔을 때, A는 이렇게 말했다.
“일부라도 돌려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2억 5천이 묶인 채 집주인이 잠적했을 때, A가 바랄 수 있는 건 그것이 전부였다. 집이 세 번 팔리는 동안 아무것도 몰랐고, 내용증명은 반송됐고, 전화는 차단됐다. 혼자서 그저 상황을 버티던 사람이 할 수 있는 기대는 그게 다였다.
하지만 A가 가장 힘들었던 건 버티는 게 아니었다. 확정일자를 받고, 전입신고도 하고, 계약서도 꼼꼼히 확인하고. 나름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는 사람이 이런 일을 당했다는 억울함. 그게 가장 컸다고 했다.
전세 사기는 무서운 게 아니라 억울하다. 법대로 살아온 사람이 당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집주인과 연락이 잘 안 된다면. 등기부에 모르는 이름이 올라와 있다면. 아니면 그냥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든다면.
지금 당장 임차권등기명령을 알아보세요.
이사를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입니다. 이사 전에 임차권등기를 마쳐야 대항력이 유지됩니다. 이미 이사를 나왔다면? 그래도 포기하지 마세요. 아직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전세사기를 당했다면, 가장 좋은 대처는 빠르게 움직이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선택지가 줄어듭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임차권등기명령은 이사 전에 꼭 해야 하나요? 이미 나왔으면 어떻게 되나요?
이사 전에 마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사 후에도 전입신고가 유지되고 있다면 대항력이 살아있지만, 새 집으로 전입신고를 옮기는 순간 대항력이 끊깁니다.
이미 이사를 나왔다면 상황에 따라 다르므로, 꼭 변호사와 함께 확인해보세요.
Q2. 집주인이 연락을 안 받으면 소송이 불가능한가요?
아닙니다. 공시송달 제도를 통해 상대방이 잠적해도 소송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주소 보정 등 절차적 요건이 있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Q3. 집값이 보증금보다 낮은 깡통전세도 경매 배당을 받을 수 있나요?
확정일자 순위와 대항력 취득 시점에 따라 경매 배당에서 1순위를 가져갈 수 있습니다. 전세사기피해자 결정을 추가로 받으면 절차상 유리한 지위를 더 공고히 할 수 있습니다.
Q4. 계약 만료일 전에도 전세보증금 반환 소송을 낼 수 있나요?
집주인이 이미 반환 거절 의사를 명확히 했다면, 대법원 판례에 따라 계약 만료 전 ‘장래이행청구’로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시간을 아끼는 중요한 전략입니다.